아이가 잠든 후, 조용한 식탁 앞에 앉았다.
이따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, 그냥 이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.
요즘 내 기분 온도는 몇 도쯤일까.
정확히 몇 도라고 말하긴 어렵지만,
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… 그냥 미지근한 온도인 것 같다.
딱히 힘든 일은 없는데,
그렇다고 가볍게 웃을 일도 없는 날들.
밥은 먹고, 일은 하고, 사람들과는 웃으며 지내지만
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자꾸만 조용히 가라앉는 기분이다.
누군가 “괜찮아?”라고 묻는다면
“응, 괜찮아.”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온도.
그 말이 꼭 거짓말은 아닌데, 완전한 진심도 아닌 그런 기분.
최근에 읽었던 책에서
“감정도 온도처럼 매일 바뀐다”는 문장을 봤다.
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해봤다.
내 감정도 날씨처럼 흐렸다 맑았다,
가끔은 비가 오고, 바람이 부는 게 당연한 걸까?
요즘의 나는 그냥 그런 날씨 속에 있는 것 같다.
비가 오지는 않지만, 해도 나지 않는 날.
그런 날엔 스스로를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
그저 그렇게 두기로 했다.
기분이 흐리면 흐린 대로,
감정이 무겁다면 무거운 대로.
그것도 나의 온도니까.
식탁 위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올려본다.
기분이 당장 좋아지지는 않아도,
적어도 조금은 나에게 따뜻해지고 싶은 마음.
오늘 나의 기분 온도는 25도.
햇살은 없지만 바람도 차갑지 않은, 그런 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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